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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 학교에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흐르네-미니멀캠핑
작성자 스노우라인 (ip:)
  • 작성일 2015-05-21 14: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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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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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글·사진 권상진 기자 협찬 스노우라인]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퍽퍽해 배움의

기회마저 많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식들만큼은 당신들보다는 여유로운 삶을

살기 바라며 학교까지 십리 길을 걷게 했다. 집 근처에 분교라도 생기면 다행. 그만큼 교육 환경은 열악했지만

몇 명 되지 않는 또래들과 뛰노는 게 그저 좋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가끔 너른 운동장에 가득 찼던

그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그립다.


▲ 아무도 없는 한적한 캠핑장에서 옛 추억에 빠져본다.


‘툭, 탁 탁 탁!’
둔탁하면서도 일정한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그 소리에 놀라, 앞에 펼쳐진 꼬불꼬불한 길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이 자연스레 조수석으로 향했다.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에나 익숙하던 샛노란 색의 도시락 통을

자랑스럽게 꺼내들고 열어보고 있었다. 그것도 ‘3단 도시락’.

“오늘 캠핑 간다해서 아침부터 일어나 도시락 쌌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간 목소리였지만, 이내 다시 사그라졌다.

“처음 싸보는 김밥이라 모양도 이상하고, 맛도 보장 못해.” 자신이 싼 김밥을 내보이며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 정성에 어느 남자가 감동하지 않으랴.

하나 맛보라며 울퉁불퉁한 김밥을 집어 내게 건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냉정한 말이 먼저 흘러나왔다.

“잠깐! 그것도 사진 찍어야 하니까 이따 먹자.” 이런, 그녀의 정성을 일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둘 다 배고픔에 못 이겨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비워버렸지만.


▲ 캠핑장으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키 큰 나무들이 뻗어 있다.


야생 노루가 뛰어다니는 오지 속 캠핑장
정선에 들어서자, 시골의 한적한 공기가 콧속으로 흘러든다. 도로에 닿는 자동차 바퀴의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곳. 그곳에서도 더 오지로 들어간다. 정선 북쪽 시골 마을에서부터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조양강을 바로 앞에 두고 정선자연학교의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가니 주변의 나무보다 키가 두 배는 큰 나무가 높게 솟아 있고, 그 옆으로 정선자연학교가 보인다.

“우리 캠핑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오늘은 예약자가 한 명도 없어요.” 캠핑장의 한 편에서

매점에 들어갈 갖가지 물품을 진열하고 있던 장석호 지사장이 인사를 건네며 캠핑장을 소개한다.

그의 말대로 넓은 부지의 캠핑장에는 그와 아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평일인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끌벅적하게 캠핑을 즐기는 곳이 아니란 것을 강조한다.

“느끼시는 것처럼 여기는 조용하고 한적한 캠핑을 즐기러 오는 분들이 많아요. 폐교이다 보니,

옛 추억을 즐기러 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이곳만의 매력에 빠진 분들은 매년 찾아주고 계십니다.”

덕분에 가장 좋은 데크를 찾아 여기저기 다닌다. 정선자연학교 캠핑장에는 총 30동의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부지가 넓은 탓에 모두 넉넉하게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데크도 여태껏 다녔던 여느 캠핑장의 데크 크기보다 커, 대규모의 오토캠핑용 텐트도 설치 가능하다.

물론 우리의 텐트는 항상 그래왔듯, 미니멀 캠핑에 적합한 가볍고 작은 텐트. 지난달에는 딱 둘만

들어갈 정도의 크기의 텐트였지만, 이번에는 그보다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텐트를 택했다.

넓디넓은 데크에 순식간에 텐트를 설치하고 의자를 조립하고 나니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좋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캠핑을 즐길 수 있으니.


▲ 정선자연학교 한편에는 캠핑장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즐긴다. 주변이 모두 나무와 숲 지형이라 인공적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저 다양하게 지저귀는 새소리와 가는 나뭇가지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뿐. 그 소리에 취해

그만 깜빡 졸기도 했지만, 캠핑을 즐기러 와서 이 정도 호사는 누려야 하는 것 아닌가.

문득, 캠핑장 초입에 있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떠올라 그곳으로 향한다. 이 구역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아쉽게도 강가에 접근하지는 못하지만,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감상할 수 있다.

강물이 작은 돌들에 부딪혀 하얗게 일어나고, 그 위에 햇빛이 비쳐 더욱 눈부신 장면을 연출해낸다.


▲ 정선자연학교 캠핑장 앞으로는 조양강이 흐르고 있어 경치가 빼어나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중, 갑자기 옆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니, 야생

노루다. 자신의 몸색과 유사한 풀숲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노루는 눈이 마주치자, 쏜살같은 움직임으로 옆

산으로 뛰쳐 올라간다. 쫓으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니 ‘헛것을 본 것인가’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야말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기분이 좋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다양한 프로그램
주변 마실을 다녀온 후, 다시 캠핑장을 찾으니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정선자연학교에서는 전통 활 만들기,

손수건 만들기, 양초 만들기 등 이곳을 찾은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그 중 ‘맷돌두부 만들기’ 체험을 신청한 것이다.

사장 내외는 우리가 두부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콩을 불려두었다. 그 콩을 전통 방식인 맷돌로 갈기

시작한다. 그저 맷돌을 돌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한 명은 힘차게 맷돌을 돌리고, 다른 한 명은 맷돌에 제때

 콩을 넣어주어야 하는 ‘환상의 호흡’이 필요한 체험. 무거운 맷돌을 돌리느라 손아귀는 아파오고, 온몸에선 땀이

 스멀스멀 삐져나오지만 손수 만든 두부를 먹겠노라는 일념으로 사정없이 맷돌질을 한다.


▲ 정선자연학교에서는 두부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10분여가 지났을까, 미리 준비한 콩이 드디어 모두 흰 액체로 변했다. 체감상 몇 인분의 두부를 만들 정도인 것

같지만, 고작 딱 한 모의 양이란다. 그 말에 또 한 번 힘이 빠진다. 이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가족들도 처음에는

신나게 임하다가 점차 말이 없어지고, 이내 한두 명씩 스리슬쩍 사라진다는 사장의 후문.

“그래도, 이거 하셨으면 이제 다 하신 거예요.” 그 말에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렇게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근 1시간 만에 말한 그대로 딱 두부 ‘한 모’가 완성됐다. 고생한 걸 생각하면 하얀

 자태를 뽐내는 녀석을 보며 군침을 흘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캠핑에서 먹는 음식 중에 이처럼 특별하고

맛있는 것이 있을까. 새빨간 김치와 직접 만든 두부 한 모를 한 번에 집어 입에 넣으면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 직접 만든 두부를 맛보는 시간. 김치와 함께 먹으면 맛이 두 배!


한없는 고요함과 짙은 어둑함
험난했던(?) 체험을 끝내고는 텐트에 누워 단잠을 청한다. 이곳까지 오느라 꽤 오랜 시간을 운전했고, 방금

땀을 뺏기 때문에 순간 고단함이 밀려왔다. 4월 중순인데도 아직은 차가움을 머금고 있는 공기 때문에 두툼한

 침낭을 꺼내 몸을 덮고 눈을 감는다.낮에 들렸던 경쾌한 소리와는 다른 중후하고 음산한 새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어둠이 짙게 깔렸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잔 터라 부랴부랴 텐트 밖으로 나오니 사방이 온통 어둠뿐이다

. 손님도 우리밖에 없어 다른 불빛도 전혀 없다. 덕분에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캠핑장이라기보다는 산 속의 야영장이라 하는 것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 가벼운 중량을 자랑하는 헤다 체어(2.2kg, 왼쪽)와 라세 체어(980g, 오른쪽).


가져온 랜턴을 모두 꺼내 주변을 밝히고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메뉴는 소고기. 그간 캠핑을 다녀본 결과,

다른 어느 음식보다 고기 몇 점을 구워먹고 손을 터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는 결론에 정한 메뉴다. 조그마한

 미니멀 캠핑용 그릴 위에 고기를 올려 아주 ‘살짝’만 익혀낸다. 조리과정이 필요없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으면서 최상의 맛을 보장하는 최고의 메뉴. 물론, 가격이 꽤나 비싸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짙은 고기향을

 맡은 고양이들도 어느새 옆에 다가왔다. 미안하지만, 그들에게 내줄 양은 없다. 애처로운 목소리가

더욱 잦아진다.

근사한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별빛을 조명으로 삼아 커피 한 잔을 나눈다. 이름하여 ‘별빛 카페’.

 “저기 북두칠성이야! 진짜 오랜만에 보네.” 목을 힘껏 올려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녀가 자신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별자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시콜콜한 대화. 별이 빛나는 밤에.


▲ 스노우라인의 취사용품. 코펠 2종 세트(위), 티타늄 머그 350ml(왼쪽), 티타늄 볼 300ml, 수저 3종 세트(가운데).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그리고 가득한 곳
어두운 밤이 지나고 다시 밝은 아침이 찾아왔다. 마치 새로운 문명을 만난 듯, 우리는 어제 차마 다 보지

못했던 캠핑장 이곳저곳을 살핀다. 멀리 떨어진 캠핑사이트엔 토요일을 맞아 어느새 한 가족이 들어섰다.

가족 단위로 캠핑하기엔 아마 최고인 곳이 아닐까.

캠핑장 한 편에 마련된 ‘숲속 책방’에는 예상 외로 엄청난 수의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화책이나 만화책에서부터 한때 베스트셀러로 꼽혔던 책들, 그리고 스테디셀러까지.

웬만한 동네 도서관 부럽지 않다.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잠시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우리 어렸을 적 초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보던 ‘걸상’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기어코 어린아이들이나 좋아할 만한 만화책을 꺼내

첫 장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 매트리스와 침낭은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 준다. 이누잇 구스 1500 침낭(위), 에어매트리스2 롱라이트(아래).


어느덧 10시. 라면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대신하고는 서둘러 철수 준비를 한다. 퇴실 시간이 11시이기 때문

아무리 최소한으로, 간편하게 캠핑을 와도 철수할 때는 언제나 설치할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 마치

아무도 다녀가지 않았던 듯,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이 주변을 정리한다.

“저것 한 번만 타고 가자.” 튼튼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그네를 가리키며 이미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그녀는

신나는 표정으로 그네 위에 올라탄다. 한 번 발을 구르고는, 이윽고 “언제 나뭇가지가 부러질지 모르겠다”는

겁에 질린 소리를 하지만, 이미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캠핑장에 퍼지고 있었다.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꼬마아이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금방 내려와야 했지만, 마지막까지 즐겼다는 만족감을

드러낸다. 이번 캠핑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발걸음을 돌리며 정확한 기약이 없는 제안을 한다.

 “나중에 애들 생기면 여기에 또 오자.”


▲ 캠핑장의 한 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타보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Information - 정선자연학교 캠핑장
1965년도에 설립된 이 분교는 아이들이 강 건너 읍내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 어려워 강변에 만들어진 작은 학교다

. 당시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이 아카시아 나무, 측백나무, 향나무, 벚나무와 같은 나무를 많이 심어 현재는 학교

주변에 아름드리나무가 많다. 덕분에 초여름이 되면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고 캠핑장 전체가 향기로 가득하다.

1991년도에 문을 닫아 폐교가 되었고, 1996년 혜초여행사에서 이곳을 임대해 처음에는 탐험학교 전문으로 운영했다가,

 2006년에 구조 변경을 거쳐 지금의 ‘정선자연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정선자연학교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굴렁쇠, 제기차기, 널뛰기,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 놀거리가 가득하고, 활쏘기 체험, 손수건 만들기, 맷돌두부 만들기 등 계절마다 많은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캠핑장 규모는 파쇄석 3면, 잔디 9면, 데크 16면의 캠핑사이트와 6동의 캠핑하우스로 이루어져 있다. 정선자연학교는

예약제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최소한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원하는 기간에 캠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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