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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 섬의 비경이 보였네 - 인천 장봉도 백패킹
작성자 스노우라인 (ip:)
  • 작성일 2015-06-25 17: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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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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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섬으로 떠나고 싶었다. 다리가 이어져 있어 언제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섬이 아니라, 망망대해에 우뚝 솟아 접근이 어

렵고 인적도 드문 그런 섬 말이다. 물론, 그런 곳이 결코 많지는 않을테지만, 조용한 섬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캠퍼들의 공통

희망사항일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직은 미숙한 점이 많지만, 기회가 되면 언제든 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도 동조했다.

이번 기회에 가보자고. 그렇게 우리는 커다란 배낭 속을 채웠다.

 

차가 아닌 배를 타다

대상지는 인천의 장봉도로 정해졌다.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40분을 가면 도착하는 섬. 기대했던 만큼에는 분명 못 미치는 곳이지만,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다.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웬만한 서해 섬들의 배편이 매진되었던 상황이었기 때문.

 ‘첫 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위로를 하며, 예약제가 아닌 현장판매로 운영되는 곳을 찾았다. 그렇게 장봉도로 향하는

배편이 운행되는 삼목여객터미널로 향했다.

 

 

 

 

▲ 삼목 여객터미널에서 장봉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오전 9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찾은 삼목여객터미널에는 표를 사려는 관광객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장봉도로 가는 배편은

한 시간에 하나씩 배정돼 있어서 표를 사는 시간이 늦어지면 자연스레 다음 배를 기다려야 한다. 줄 맨 뒤에서 출항 시간을 확인하며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길 10여 분, 드디어 우리 차례가 오고  잽싸게 표를 건네받았다. 커다란 여객선은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을

신 삼키고 있었고, 우리도 곧장 뛰어들었다. “드디어 배를 타보네.” 여객선 난간에서 설레는 표정으로 먼 바다를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신나는 일을 하러 가는 듯, 잠시 어디를 다녀온단다. 대수롭지 않게 잠자코 기다렸더니 어느새 무언가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왔다. 그렇다. 배를 둘러싼 갈매기들에게 새우맛 과자를 전해주려는 것.

 

 

 

 

▲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서의 필수 코스. 갈매기에게 새우과자 주기!

 

 

 

‘도대체 저것은 누구를 위한 과자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려는 찰나, 뒤통수에서 나타난 한 갈매기가 마치 사냥감을 향해 달려가듯 그녀

손에 들려 있던 과자를 잽싸게 낚아채 갔다. 그 기세에 놀라 무서워하면서도, 연신 손을 과자 봉지에 집어넣었다 뺐다. 결국, 손가락을

물려 약간의 피를 보고야 말았지만.

 

 

섬이 길고 봉우리가 많아 ‘장봉도(長峯島)’

배가 장봉도 선착장에 닿자마자, 사람들이 서두르기 시작했다. 무슨 연유인지는 까맣게 모른 채, 여유를 부리며 가장 늦게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장봉도 안에서는 마을 공용버스가 오가는데, 이 버스가 배 도착 시간에 맞춰 한 시간에 한 대씩만

운행된다. 더구나 한 시간 뒤인 12시에는 점심시간이라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단다. 그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우리를 제외한 사람들이

부리나케 뛰어간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뒤늦게 허겁지겁 달렸지만, 이미 만원이 된 버스는 냉정하게도 문을 닫고 유유히

사라져갔다. “거봐, 우리도 뛰었어야 했어!” 그녀의 진심어린 타박이 이어진다. 그 말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해도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저 걷는 수밖에. “그래도 덕분에 우리는 여유 있게 섬을 둘러볼 수 있잖아.”라는 변명은 통할 리 없었다.

결국, 그녀에게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를 쥐어주며 길을 나섰다. 선착장에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진촌 해수욕장까지는 약 7km. 2시간여를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는데, 어깨에 꽤나 무거운 배낭을메고서는 제 시간에 도착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다음 버스를 타려면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도착해서 마음 편히 쉬는 것이 좋을 것이다.

 

 

 

 

▲ 3시간여를 걸어 드디어 진촌 해수욕장에 도착.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곳

 

 

 

“근데, 이거 너무 무거워. 갈비뼈가 아파올 지경이야. 가다가 지쳐 쓰러지겠어.” 출발하고 얼마 가지 못해 옆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나도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던 생각이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다. 짐을 최소한으로 챙겼다지만, 그렇다고 절대 가볍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날씨마저도 우리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했다. 머리 위에 떠오른 태양은 우리의 온몸 구석구석을 데웠다. 그 탓에 길옆으로 펼쳐지는 풍광에

 차마 눈길조차 주지 못하고 연신 바닥만 보고 걸었다.

장봉도는 이름대로 길다. 그리고 낮은 봉우리가 많다. 평지여도 힘들 길을 야트막한 경사가 길게 이어진 길을 오르려니 더욱 죽을 맛 이었다.

 섬의 국사봉(151m)을 지날 때에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서로를 밀어주며 꾸역꾸역 정상에 오르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제야

그녀도 굳게 다물었던 입을 다시 열었다. “처음에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성취감이 드네. 여기서 보니까 섬도 참 예쁜 것 같아,

좋네.” 그녀의 말대로 5월의 장봉도는 푸르른 색을 뽐내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파고드는 햇빛도 공연히 아름다워 보였다. 그저 편히 이곳을

지나쳤다면 과연 지금과 똑같은 마음이 들까. 정자 위에 누워 잠시 장봉도의 바람을 온몸 으로 맞는다.

그때 마침, 우리 앞으로 야채를 한가득 실은 트럭이 지나갔다. 급한 마음에 일단 불러 세우고는 무언가 먹을 만한 것이 없는지 살펴본다. 노란

빛깔의 참외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참외 하나만 주세요.”라는 간절한 말에 들려오는 “하나는 안 팔아요.”라는 냉정한 아저씨의 대답에 좌절을

하고는 눈에 아른거리는 참외를 기어코 그냥 보내고 만다. 참외가 이렇게 금빛으로 빛날 줄이야.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장봉도의 중심에 다다랐다.

북도면사무소가 위치한 장봉리 마을은 섬에서 가장 발달한 곳. 마트와 식당, 펜션이 집중돼 있다. 우리에겐 천국과 같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해결한다.

 

 

 

 

 

서해 낙조의 장관이 펼쳐지는 진촌해수욕장

배를 든든히 채우니 다시 생겨나지 않을 것 같던 기운이 서서히 차오른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한 30분쯤 걸리려나?!” 일부러 확실하지 않은

표현을 쓰며 힘을 돋운다. 말한 것보다 분명 더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 선의의 거짓말이랄까. 진촌 해수욕장은 장봉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때문에, 옹암 해수욕장과 한들 해수욕장 등 장봉도 내 다른 해수욕장보다 인적이 드물다. 마을 공용버스도 진촌 마을이

종점이라 해수욕장과는 거리가 꽤 있다. 굳이 이곳을 찾아가려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낙조를 보기 위해.

장봉도는 주위에 큰 섬이 없어 수평선 위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섬 북서쪽 끝자락에는 ‘가막머리 낙조대’가 있을 정도.

애초에는 그 곳을 가려했지만, 좁은 데크 위에 다른 사람들과 ‘다닥다닥’ 붙어 캠핑을 즐기고 싶지는 않았다.

진촌 해수욕장에서 여유롭게 낙조의 순간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그저 묵묵히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오후 4시, 드디어 진촌 해수욕장에 도착해 배낭을 ‘툭’하고 내려놓았다. 중간 중간의 휴식 시간과 점심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로지 걸은 시간만

3시간은 족히 되었다. 둘 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지만, 본능적으로 텐트를 집어 든다. 부지런하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서다.

무게는 가볍지만 넓은 공간이 마련되는 스노우라인 뮤라이2 텐트를 순식간에 설치하고, 그 안으로 날름 들어간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꿀보다 달콤한 낮잠.

 

 

 

 

▲ 텐트를 설치하고 한참 동안이나 서해를 가만히 바라본다.

 

 

 

알람은 정확히 7시에 울렸다. 텐트에서 부랴부랴 빠져 나오니 주변은 이미 붉어지고 있었다. 환한 빛으로 가득했던 낮과는 전혀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 의자를 가져다 놓고 본격적으로 그 풍광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갯벌 군데군데에 고인 바닷물에도 붉은 빛이

파고들어 눈부신 장면을 연출했다.

어떤 연극보다 화려한 그 무대는 금세 끝이 났지만, 여운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그간 많은 곳에서 낙조를 많이 봐왔지만, 이곳에서의 그것은

무언가 더 특별했다. 아무리 같은 것이라도 환경이 조금만 달라지면 낯설어지기 마련이다. 장봉도에서의 백패킹은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오늘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배낭 때문에 어깨가 아직도 욱신거려. 그런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모든 것이 더욱 뜻깊게 느껴지네.

 뿌듯해.” 그녀도 공감한 걸까, 하루 종일 고생만 시켜 미안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이제는 백패킹의 묘미도 알았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의 묘한 마지막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다음에 또 가자하면 그땐 한 번 생각해봐야겠어.”

 

 

 

 

▲ 서해의 낙조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해 낸다.

   

 

 

 

 

권상진 기자  dhunhil@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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