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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상의 고개를 휘감는 바람 앞에 서다 - 울산 간월재 미니멀 캠핑
작성자 스노우라인 (ip:)
  • 작성일 2015-10-07 15: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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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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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다. 그곳의 주인은 수억 개의 억새도, 거칠게 솟아난 바위도, 굳게 뿌리내린 나무도 아니다. 그렇다고 잠시

머물다 가는 산객은 더더욱 아니다. 좀처럼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 이 주인은 밤이 되어서야 온 산자락을 휘감을

만큼 몸집을 불려 찾아온다.

모든 것을 쫓아내려는 듯 거세게 들이닥치는 그것은 분명, 바람이다.



진정 하늘의 별따기다.

눈에는 불이 나고 손에는 땀이 나고 목은 잠길 정도로 물색을 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불가’였다.

사실 8월에 야영 장소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울주군의 모든 야영장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완료되었고, 자연휴양림은 야영장 운영을 중단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단 하나.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간월재다.

많은 사람들이 백패킹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하지만 사실 간월재는 군립공원으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불법을 조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간곡한 부탁 끝에 울주군의 취재 동의를 얻고서야 마음이 한결 놓였다.

물론 ‘절대 자연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서약은 의무사항이었다.




간월재에 가려면 우선 공룡능선부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목적지인 간월재에 가려면 우선 산행을 해야 한다. 그것도 영남알프스를 말이다.

간월산은 1069m의 고산인데다가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다.

상북면에 취한 등억온천단지를 들머리로 삼아 간월공룡능선을 따라 오르는 것이 보통인데 이 능선이 비탈져

상당한 각오로 올라야 한다. 더구나 일반 산행보다 많은 짐을 짊어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고됨은 배가된다.

따라서 최소한의 짐만 챙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자도 음식도 커피와 에너지바만 챙겼을 뿐 다른 것은 일절 제외했다. 간월재에는 휴게소가 있어 이곳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면 그만이다. 자율적인 행동인 캠핑에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등억온천단지 주차장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상당히 많은 차가 세워져 있다.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든 것이다. 주차장 바로 옆으로 흐르는 홍류계곡에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덩치 큰 배낭을 멘 사람들은 일제히 산기슭으로 향했다.



한쪽의 넓은 부지에는 규모가 꽤 큰 시설물들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바로 울주군의 주관 하에 건립 중인

 ‘복합웰컴센터’다.  이곳은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되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의 주 무대로

사용될 예정이다. 센터의 시설물 중 하나인 인공암벽장은 이미 완공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건물을 둘러본 뒤 공룡능선으로 향한다.

 


간월산을 오르는 들머리인 공룡능선은 이 일대에 백악기 시대의 나무화석과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능선은 이름 탓인지 꽤 험난하기도 하다. 입구를 기준으로 간월재까지도 2.5㎞의 길이라 여유 있게 오르면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홍류계곡을 지나자 본격적인 암릉 지대가 나타난다. 바위마저 평평한 것이 아니라 날카롭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이 구간을 오르는데 아무래도 등이 계속 무겁다.

아무리 짐을 최소화했더라도 꽤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오르는 속도는 더뎌지고 온몸에선 땀이 흥건하다.

결국 쉬었다 가기를 수십 번이나 반복한 끝에 2시간 만에 간월재에 발을 내딛는다.




산객들이 쉬다 가는 곳, 간월재



데크 위에 설치한 스노우라인 배트 텐트. 1인용 경량 텐트라 백패킹에 적합하다. ⓒ 신희수 기자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이번이 영남알프스를 처음 오르는 촌뜨기인지라 초록빛으로 가득한 간월재가 마치

어렸을 때 그리던 동화 속 마을로 비쳐진다. 드넓은 평원에는 억새 투성이고, 그 한 가운데로 나무 데크와 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다. 휴게소와 대피소마저 인공적이지 않은 느낌의 외관으로 자연과 곧잘 어울린다.

이정도면 알프스라 불러도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동안 동화 같은 풍경에 푹 빠져 있다 허전한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자 발길을 급하게 휴게소로 돌린다.

간월재 휴게소는 영남알프스를 오르는 이들의 휴식처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료품과 필수 등산장비도 판매하고 있다.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을 한꺼번에 해결할 계획이라 라면과 계란, 과자 등 먹을 것을 있는 대로 골라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간다.

900m 높이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곁들여지니 간단한 식품들이 환상의 맛으로 변하기까지 한다.




휴게소에는 산객들이 간간이 땀을 식히려 드나드는 것 외에는 늘 한적함이 가득하다. 문득 이곳을 지키는 이가

한없이 부러워 슬며시 말을 건네 보았더니 기대와는 다른 말이 들려온다.

간월재를 관리하고 있는 민경득씨는 이곳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많이 봐왔다고 전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바로 찾는 이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등산객들은 물론이고 감시를 피해 밤에 찾아드는

백패킹족들이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고충을 듣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꼭 깨끗하게 쓰고 가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건넨다.



휴게소를 빠져나와 전경이 잘 나올만한 곳을 찾아 둘러보다 신불산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설치된 데크가 눈에 들어온다.

육안으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이지만, 30분 정도 계단을 올라야 한다니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좋은 풍경을 담겠다는 의지로 다시 배낭을 둘러맨다.남은 힘을 쏟아내 데크에 오르자 기대했던 대로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다. 다행히 사람도 없어 홀로 백패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져온 1인용 텐트를 가볍게 설치하고 의자에 앉아 노을 지는 영남알프스를 감상한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풍경에

넋을 잃는다.




무섭게 불어 닥치는 그대 이름은 ‘바람’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했던 간월재가 어둠에 그 빛을 완전히 잃어버리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아니, ‘불어 닥친다’는

표현이 더욱 적합하겠다. 낮에는 살랑살랑 움직이며 몸을 식혀주던 바람이 밤이 되어서는 완전히 얼굴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태풍이라도 찾아왔나’라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연신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텐트 안으로 피신했지만 소용없기는 마찬가지다. 바람에 휘날리는 텐트가 몸에 와 닿으며 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결국 가져온 재킷을 꺼내 입고, 머리에는 헤드랜턴을 쓰고 텐트를 빠져나온다.

 산책이라도 할 겸 능선을 걷다가 밤에는 길이 잘 안보여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까지 가지 않고 너른 바위에

잠시 걸터앉는다. 산 너머로 시가지의 화려한 불빛이 뿜어져 나오고, 머리 위로는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이

은은하게 빛난다. 그리고 여전히 바람은 소리 없이 흐른다. 차라리 눈을 감아 온몸으로 그를 받아낸다.



스노우라인 오로라 헤드 랜턴은 135루멘으로 강한 불빛을 뿜어낸다. ⓒ 신희수 기자


얇은 여름 침낭 안을 파고들어 견뎌냈다. 새벽까지 불어댄 바람이 결국 텐트 한 귀퉁이를 무너뜨려 텐트라기보다는

이불에 가깝게 덮고 잤으니 얇은 침낭이라도 없었다면 꽤나 고생을 했을 것이다.

이제는 바람에 질려 해가 뜨기 시작한 5시부터 철수에 들어간다. 간혹 가벼운 장비들이 저 멀리로 데굴데굴 날아가는

탓에 철수 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진다. 쓰레기도 빠지지 않고 배낭 위에 매달아 하산을 시작한다.



간월재 휴게소 앞 데크에는 간밤에 같은 처지에 처했던 사람들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이들 텐트에는 습기가 가득 내려앉았다는 것. 기자가 있던 곳에 비해 바람이 덜 분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없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덕분에 더욱 농도 짙은 피곤함을 얻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천상의 고개에 펼쳐진 무릉도원을 홀로 맛보았으니 말이다.




백패킹이나 미니멀 캠핑에 적합한 스노우라인 장비들. 경량 체어와 매트리스, 침낭, 랜턴, 코펠 정도면 충분하다. ⓒ 신희수 기자


Information

-간월산(1069m)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는 간월산은 신불산과 더불어 ‘신성한 산’이라는 뜻으로 동쪽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한 고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특히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에 있는 간월재는 억새 군락지로 이름난 곳으로 가을이면 절경을 이룬다.

 

-가는 길

등억온천단지 기점 – 단지 주차장에서 시작해 홍류폭포, 천상골, 간월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2.5㎞의 길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가달목장 기점 – 자수정동굴나라 주차장에서 시작해 가달목장, 신불산 정상, 파래소 폭포 기점을 지나는 4.5㎞의 길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배내고개 기점 – 배내터널 인근에서 시작해 배내봉, 간월산 정상을 지나는 4.5km의 길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주변 볼거리

홍류계곡

신불산과 공룡능선 사이에서 발원된 물줄기로, 중간 지점에 33m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폭포수는 봄이면 한줄기 무지개를 만들고, 겨울에는 하얀 얼음으로 변해 설경을 뽐낸다.

 

간월산 자연휴양림

간월산 자락에 위치한 휴양림으로 산림욕장, 수련장, 등산로, 어린이놀이터, 수영장 등의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곳곳에 작은 오솔길이 있어 산책을 하기에 좋고,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도 있다.

 

등억온천단지

국내 최대 규모(약 22만 평)의 온천단지. 수온 29~33℃의 알칼리성 중조천은 칼슘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 미용을 비롯해 피부염과 신경통,

소화기 질환, 기관지염 등에 효과가 있다.

단지 입구에는 도깨비도로와 간월사 터가 있다.

 

자수정동굴나라

폐쇄된 자수정 광산의 갱도를 활용해 조성한 국내 최초의 인공 동굴 관광지. 개미집 같은 미로가 연결된 동굴 안은 연평균 12~14℃의 온도를 유지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눈썰매장과 각종 놀이시설이 위치해 있다.


권상진 기자  dhunhil@emountain.co.kr

<저작권자 © mountain,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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